시민강좌 - D’talks
강좌 개요
- 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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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2. 17(화), 19:30 ~ 21:00
-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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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근(고려대학교 사학과)
-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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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재단빌딩 5층 대우학술라운지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0길 30, 5층
(통의동, 대우재단 빌딩)
-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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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명
- 수강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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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
- 문의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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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재단 학술연구사업팀
• 02-6239-7703/7708
• jykim@daewoofound.com
•주차 공간이 없으므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강좌 소개
‘충(蟲)’이 넘쳐나는 사회: 언어의 오염과 위험사회
나치 집권과 지배는 어느 날 갑자기 외부세계에서 들이닥친 자연 재해가 아니었다.
나치 범죄의 대명사인 홀로코스트 역시 돌발 사건이 아니라 지난 수백 년간 유럽 땅에서 이루어진 퇴행적 진화의 산물이었다. 이 장구한 과정의 시작점에 유대인을 별난 무리로 단정하는 집단적 분위기가 있었다. 이 비우호적 분위기의 한 단면이 편견이다.
언어를 통해 구체화된 편견은 일상 속에서 종종 타인을 인간 이하의 존재로 여기도록 만든다. 비인간화 현상은 특정 조건과 만날 때 개인과 집단의 파괴로 이어진다. 끔찍한 수준의 대량학살에는 언제나 비인간화 과정이 선행한다. 아메리카에서 원주민 살해가 본격화되기 전 백인들은 이들을 ‘이’와 ‘서캐’로 묘사했다. 르완다 내전 중 후투족이 투치족을 살해할 때, ‘바퀴벌레 같은 투치’라는 수사가 널리 활용되었다.
제노사이드 범죄의 전형인 홀로코스트도 비하와 조롱의 언어에서 시작되었다. 나치 시기의 매스미디어에서 유대인은 독버섯과 뱀, 쥐와 바퀴벌레를 비롯한 해충, 독거미와 기생충의 이미지로 표상되었다. 인간의 피를 빨아먹는 뱀파이어나 지구를 거대한 발로 휘감는 초대형 문어로 묘사되기도 했다. 이런 식의 비하는 유대인을 유아 살해자, 악마 숭배자로 간주하는 중세적 편견의 토양에서 쉽게 확산되었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도 조롱과 비하의 표현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정 집단을 ‘벌레’로 비유하는 언어의 오염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인간에 대한 우리의 자세를 일그러뜨리고 있다. 이 점에서 ‘충’이 붙은 각종 표현의 유행은 위험사회, 폭력사회로 가는 적신호다.
이 강연에서는 나치당의 권력 장악 직전에서부터 대량학살까지 과정을 살펴보고, 언어의 변질이 이 과정을 어떻게 재촉했는지 확인한다. 이어서 최근에 일어난 일상 언어의 오염이 왜 위험사회로 나가는 징표로 읽혀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기사 바로가기: 『지식의 지평』36호 「‘충(蟲)’이 넘쳐나는 사회: 자기 파괴의 징후로서 언어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