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를 마치며

호서대학교 더함교양대학 창의교양학부 교수
김향

1. 집필의 계기, 혹은 배경은 무엇인가요?

  동시대 창극 작품을 관람하고 살피면서 연구 방법론을 고민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창극이 판소리를 근거로 하지만 독창적인 장르라는 점에 착안하여 판소리 이면론과 변별되는 창극 이면론을 체계화하게 되었다. 

  이 방법론은 창극이 판소리와 달리 양식화할 수 있는 장르가 아니라 개별 작품의 특징과 창극적 언어, 즉 창극술을 논할 수 있는 방법론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이 방법론을 토대로 120년 간의 창극들을 살펴보고자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

2. 저자로서 책을 집필하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120년 간의 창극 작품을 살피면서 특정한 흐름이 발견되는 것이 흥미로웠다. 너무도 다양한 면모를 보이는 듯하면서도 창극 역시 정치·사회·문화적인 흐름에 따라 변모 양상을 논할 수 있었다. 식민 치하, 전후 국가주의, 문화 지원 정책 그리고 사회 문화적 흐름에 영향 받는 면모를 볼 수 있었다. 

3. 저자로서 책을 집필하며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창극은 정치·사회·문화적인 흐름에 영향을 받으면서도 장르적 탄생은 19세기 판소리 창우들의 활동과 연관이 있었다. 그러나 20세기 초 일제강점기 하에서 친일인사들에 의해 장르가 육성된, 즉 태생적으로 식민성을 지니고 있는 장르였다. 그리고 1960~70년대에는 양식화를 통해 전통예술예 편입시켜 정전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본 필자는 창극을 양식화의 측면에서 바라보면 더 이상 발전이 없다고 여기고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창극의 이면론’을 체계화하여 개별 창극의 예술성과 고유성을 규명하며 창극의 발전 방향을 논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다. 

4. 대중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는 이 책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요즘 TV드라마 <정년이>로 창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듯하다. 물론 이전부터 창극을 한국 뮤지컬 형태로 이해하고 뮤지컬 관객들이 창극도 관람하는 흐름이 형성된 상태이긴 하다. 

  본 저서에는 창극이 동시대 사회·문화적 이슈를 수용하면서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이나 비인간들에 관심을 갖는 장르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겨 있다. 창극이 오락적인 재미와 더불어 낮고 작은 목소리를 지닌 생명체의 목소리를, 노래를 담아내는 장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5. 향후 연구 계획은 무엇인가요?

  창극 연구의 토대가 될 수 있는 현장 공연 무대를 리뷰한 평론집을 발간할 계획이다. 이 저서에 싣지 못한 동시대 다수의 창극의 공연 양상을 볼 수 있는 저서이다. 2025년 간행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그리고 1960년 국립창극단 공연 동영상들을 자료로 현대 창극 연출론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독자 질문 1. 창극과 국극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국극은 1950년대에 여성 예인이 자신들의 공연 형태를 ‘여성국극’이라 붙인 것에서 유래되었죠. 이후 1962년에 국립극장에 ‘혼성’ 창극단이 설치되었을 때에도 초기 이름은 국립국극단이었습니다. 그러다 1973년부터 공식 명칭을 국립창극단이라 변경하면서 현재까지 창극이라 쓰고 있습니다. 다만 여성국극을 하는 단체들이 여성창극이라 부르고 있지 않은 상태이죠. 즉 창극과 국극은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굳이 차이를 말하자면 여성들만이 무대에 나오는 극을 여성국극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형태도 창극사 중 1950년대의 주요한 특징으로 언급하여 논하고 있으니 창극의 한 형태가 여성 중심의 국극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독자 질문 2. 창극에서 서양 연극과 같은 연출 방식이 강했다고 했는데, 그럼 창극을 판소리에서 나온 것이라기보다는 연극을 도입하면서 거기에 판소리 요소를 도입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나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게 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애초의 창극의 주체들이 판소리꾼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서구에서 연극을 배워온 연극인들이 판소리를 도입한 것이 아니라 판소리꾼들이 1인 중심의 극을 분창하여 부르던 것에서 창극이 유래하였고 시대의 흐름 속에서 연극인들이 가세하여 극장 무대에서 창극을 올리는 형태가 마련되었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연극 연출가들이 창극을 공연하면서 연극적 요소가 강화되었으나 애초에 창극은 판소리꾼들이 주체로 마련된 장르입니다.

독자 질문 3. 창극이 다른 전통예술과 구분되는 큰 특징은 뭘까요?

  창극은 전통예술이 아닙니다. 판소리를 근간으로 하지만 20세기 초에 그 형태가 갖추어진 공연예술 장르입니다. 그럼에도 전통 판소리와 춤 등을 경험할 수 있기에 전통예술이라 여겨질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동시대 창극 공연들은 연극연출가들이 다수 연출하고 있기에 연극과 비슷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여기서 비슷하게 여겨지는 부분은 무대 공연예술이라는 점이고요, 자세히 살펴보면 연극과 창극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판소리 음악을 근간으로 하기에 대사 중심의 연극과 다른 극적 리듬과 관극 경험을 하게 됩니다.

독자 질문 4. 현재 판소리에 대한 관심도 적은데, 창극이 현대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어떤 방법론을 취해야할지 궁금합니다.

  창극은 판소리의 하위 장르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할 듯합니다. 판소리에 대한 관심이 적다고 창극에 대한 관심도 적을 것이라는 생각은 선입견입니다. 판소리꾼들이 창극이라는 형태를 꿈꾸게 되었던 것은 1인 중심의 소규모 판소리 장르가 좀 더 대중화되기를 바라던 것과 긴밀한 관련이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창극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아지고 있습니다. 서구적 형태의 뮤지컬 매니아층이 확장되고 이들이 한국의 음악극인 창극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창극 공연장에 가보면 뮤지컬을 관람하던 관객들이 창극을 관람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제는 판소리를 즐기는 관객들만이 창극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 관객들, 뮤지컬을 즐기는 관객들 등으로 관객의 저변이 넓어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 본 연구는 대우재단의 2016년 학술연구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진행되었습니다. 그 결과물은 2024년 10월에 648번째 대우학술총서로 발간되었습니다.

저자 소개

김향
호서대학교 더함교양대학 창의교양학부 교수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문학 이론과 희곡 문학을 공부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차범석 희곡의 극적 재현 방식의 변모 과정」(2008)으로 박사학위 취득 후 본격적으로 창극(판소리) 장르로 연구 영역을 확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