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학술도서
기본 정보
도서 소개
아카넷에서 600권인 『우리 학문이 가야 할 길』을 출간한다. 는 1983년 11월 <한국어의 계통>(김방한 저)이 첫 권을 선보인 이래 ‘취약한 국내 기초학문 육성’이라는 초창기 총서 이념을 굳건히 하면서, 이제는 명실상부한 학술연구의 보고(寶庫)로서 자리 잡게 되었다. ‘학술총서 600권 출간’은 출판계는 물론 국내외 학계에서도 하나의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기념호인 『우리 학문이 가야 할 길』은 우리 학계를 대표하는 학자들이 필진으로 참여하여, 지금까지 이루어온 학문적 성과를 뒤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본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뜻깊다.
1. 대우재단이 우리 학계에 세운 금자탑,
―30년간 600권의 순수 학술서 발간
대우재단은 1980년부터 국내 학계에 인문·사회·자연과학의 기초 분야를 중점 지원해서 우리나라 기초 학문의 전반적인 균형성장을 도모해왔다. 2010년으로 대우재단이 그렇게 학술연구지원을 시행한 지 30년째가 되었다. 그동안 대우재단이 지원한 연구지원 과제는 총 1370건에 달하며 참여한 학자들만 1800명에 이른다. 그 연구지원에 따른 결과물은 및 로 출간되고 있으며, 때마침 도 600권을 넘어가게 되었다. 그간 발간된 를 크게 분야 별로 나눠보면, 인문학 219종, 사회과학 127종, 자연과학 208종, 다학제 간 47종이다.
이에 대우재단은 연구지원 30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외형적인 행사를 갖지 않는 대신에 우리 학계의 발전에 조금이나마 더 보탬이 될 기획을 했다. 이런 의도에서 대우학술총서 600호 『우리 학문이 가야 할 길』을 내놓는다.『우리 학문이 가야 할 길』은 국내 다양한 학문분야의 현황을 점검하는 동시에 우리 학문의 새로운 가능성과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모든 학문 분야를 다룰 수는 없어서 그동안 대우재단의 연구지원이 많이 이루어졌던 열네 분야를 중심으로 앞으로의 전망을 살펴보았다. 또한 분야와 상관없이 우리 학계가 늘 고민해왔던 문제들은 대담 형식으로 엮었다. 학계의 양적 팽창에 따른 문제, 번역과 관련된 문제, 최근 부쩍 불거진 영어 강의 문제, 학문의 융복합 경향에 따른 문제 등, 우리 학계 공통의 문제를 짚어보았다.
2. 한국 학문의 자생력을 생각한다 ─ 김광억, 김두철, 이태수 대담
『우리 학문이 가야 할 길』은 김광억(서울대 인류학과), 김두철(고등과학원 원장), 이태수(인제대 철학과) 세 학자들이 참여해 우리 학문의 현황에 관한 심도 높은 토론을 벌인다. 이들은 서구 중심으로 재편된 학계에서 우리 학문이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한다. 김광억 교수는 문화 간의 이동 혹은 통관 과정의 고민이 담긴 원전의 번역 없이 이차적인 연구서의 번역이 주류를 이루는 현실이 우리 학문의 자생력을 떨어뜨린다고 진단한다. 이태수 교수는 최근 부쩍 강조되는 영어 강의와 외국어 논문에 문제를 제기하며 국제 교류를 활성화할 필요는 있지만 우리말로 이루어지지 않는 학문 활동이 어떻게 우리 문화의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하겠느냐고 꼬집는다. 또한 국내 학자들은 동료 학자의 작업에 무관심한 경향을 보인다는 김두철 원장의 말에 동의하며 단순히 유행처럼 융복합 학문을 내세울 게 아니라 학문 간의 소통을 위한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19세기까지 우리 학문의 중심지는 중국이었고 사용되는 언어도 당연히 한문이었다. 이어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우리에게는 학문 활동이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우리 학자들이 학문 활동을 한 것은 겨우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약 50년 정도로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서구 학문과 학자들을 좇기에 바쁜 ‘학문의 식민지’ 상태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학문적 상황에서 세 학자가 다루고 있는 한국 학문의 자생력 문제는 지금 꼭 필요한 논의이다. 글로벌 시대에 우리 학문이 어떻게 자생력을 확보하면서도 세계적으로 교류해 나갈 것인가 하는 것은 항상 고민해야 하는 우리 학계의 과제가 될 것이다.
3. 최고의 학자들에게 듣는다
─ 지금 우리 학문은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이 책은 1장 문학을 시작으로 2장에서는 역사학, 3장 철학, 4장 경제학, 5장 정치학, 6장 사회학, 7장 인류학, 8장 심리학, 9장 법학, 10장 수학, 11장 물리학, 12장 화학, 13장 생명과학, 그리고 14장 의학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별 최고의 학자들이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학문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에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먼저 1장에서는 장경렬 서울대 영문과 교수가 문학이 ‘과학화’의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과학과 기술 공학의 시대에서조차 과학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인간적 삶을 살아갈 테고, 따라서 과학의 영향을 떨쳐버리려는 저항 없이는 ‘문학 연구다운’ 일급의 문학 연구를 포기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2장 역사학에서는 김경현 고려대 사학과 교수가 제국 혹은 패권 중심의 ‘낡은 세계사’에 대한 대안으로 탈서구 중심주의를 내세우는 ‘새로운 세계사’를 제시한다. 그렇지만 ‘중심 없는 세계사’가 과연 모두에게 만족스러웠는가 하는 점은 결국 의문으로 남는다.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석좌교수인 이진우는 한국 철학의 정체성을 둘러싼 논란이 오히려 학문의 발전을 방해한다고 본다. 다양한 사상을 창의적으로 통합하는 것이 21세기의 철학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주장한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주류 경제학에 대한 비판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김균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를 경제학이 아직 경험과학으로서 제대로 정립되지 못했다는 결정적 증거라고 보지만, 그래도 젊은 세대에게서 희망을 찾는다.
최정운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우리가 우리 정치 공동체에서의 삶의 문제를 우리의 눈을 통해서 스스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한국 정치를 제대로 출발시키기 위해서는 지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보고 반지성주의의 극복을 통해 이를 해결하길 바란다.
부산대 사회학과 김성국 교수는 사회학에서는 우리 사회의 탈근대적 전환에 집중한다. 김성국은 서구 비판사회학의 전통을 재점검할 때가 되었다고 보고, 차이를 존중하고 차이들 간의 협동을 강조하는 ‘존중과 상호부조의 사회학’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황익주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인류학의 학문적 위상이 낮은 까닭이 한국 인류학이 적실성의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던 데 있다고 본다. 따라서 연구의 무게중심을 비교한국학에 두고, 방법론의 다각화를 통해 단기적 연구에 대한 사회적 수요에 부응하자는 실천 방안을 내세운다.
성균관대 심리학과 교수인 도경수는 사회와 기술의 변화에 따른 심리학의 연구 문제, 연구 방법, 설명 틀의 변화를 되짚어본다. 그는 기술과 통계의 발달에 힘입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연구가 수행되길 기대한다.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의 장영민 교수는 각 분야별 현안으로 제기되고 있는 법(률) 문제에 대하여 법을 발견하는 일이 법학의 현대적 과제이자 영원한 주제라고 한다. 그는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로스쿨이 왜곡 운영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걱정으로 글을 맺는다.
박형주 포스텍 수학과 교수는 필즈상을 통해 현대 수학의 흐름을 살펴보고, 한국 수학의 역동적인 역사를 돌아보며 미래의 가능성을 점친다.
정윤희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는 한국 기초과학의 위치를 진단한 후, 21세기 물리학의 방향을 되짚어보며 새로운 발전 전략을 세운다.
화학 분야에서는 화학 내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정리를 통해 최근 조명을 받고 있는 신흥 분야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 했다. 윤경병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화학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국가의 정책적인 배려를 부탁한다.
노정혜 서울대 교수는 생명과학 분야 학술 연구의 저변이 지난 20년간 괄목할 만큼 넓어졌지만 그 토양의 두께는 아직 매우 얇다고 본다. 대형화가 필요한 연구 주제가 더러 있지만 세부 분야의 다양성도 유지되어야 하며, 전문가들의 통합 또한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의학 분야에서는 정명희·김주한 교수가 미래 의학의 네 축으로 유전체의학, 정보의학, 재생의학, 나노의학을 제시한다. 또한 저출산과 고령화가 막대한 의료 수요를 창출할 거라고 예상한다.
목차
발간사 대우재단 학술 지원 사업 30년 회고(回顧)
대우학술총서 제600권을 준비하면서
대담 우리 학문의 현황
제1장 문학 연구가 걸어온 길과 나아가야 할 길|장경렬
― 과학과 기술 공학 시대의 문학 연구
제2장 새로운 세계사들: 맥락과 전망|김경현
제3장 ‘창의적 통합’으로서의 한국 철학|이진우
제4장 세계 금융위기 이후의 경제학|김균
제5장 한국 정치학이 나아갈 길|최정운
제6장 사회학,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김성국
제7장 적실성의 도전과 한국 인류학이 나가야 할 길|황익주
제8장 심리학의 회고와 전망|도경수
제9장 로스쿨 시대의 법학의 진로|장영민
제10장 한국 수학의 발전과 전망|박형주
제11장 한국 물리학의 10년 발전 전략|정윤희
제12장 한국 화학이 나아가야 할 길|윤경병
제13장 생명과학의 현재와 미래|노정혜
제14장 미래 의학|정명희ㆍ김주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