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학술도서
기본 정보
도서 소개
탈산업사회의 탁월한 이론가 다니엘 벨
다니엘 벨은 이 책으로 인해 ‘1970년대의 가장 감각 있고 뛰어난 사회분석가’, ‘탈산업사회의 탁월한 이론가’, ‘위대한 사회이론가’, ‘위대한 사회예측자’,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사회학자 중의 한 사람’, ‘당대의 가장 저명한 사회학자’, ‘이 시대에 남아 있는 진정한 지식인의 한 사람’ 등과 같은 다채로운 찬사를 받아왔다. 실제로 사회변동이나 현대사회에 대한 이론서와 논문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직접 인용되거나 참고문헌에 포함되어 있는 벨의 주요 저작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그의 확고한 이론적 입지를 고려해볼 때, 오늘날 미국이 자신 있게 내놓을 만한 대표적인 사회학자이자 사회이론가는 역시 다니엘 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탈산업사회의 도래』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다니엘 벨의『탈산업사회의 도래』는 이미 독일,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네덜란드, 러시아 등 수많은 외국어 번역판을 통해 세계적 반향을 일으키며 많은 독자들에게 폭넓게 읽혀왔다. 한국에서도 다니엘 벨은 탈산업사회이론가, 정보사회이론가로 잘 알려져 있고, 이 분야의 관련 문헌들에는 언제나 그의 논의가 빠지지 않고 언급된다. 그러나 현대 사회학에서 다니엘 벨이 차지하는 위상이나 그간 그의 다른 저작들이 꾸준히 우리말로 번역?소개되어온 정황에 비춰 볼 때, 그의 대표 저작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이 지금까지 번역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는 것은 언뜻 의아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그간 국내 학계 및 출판계에서 이 책이 이렇게 소홀히 다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서는 다니엘 벨의『탈산업사회의 도래』를 둘러싼 몇 가지 오해와 진실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무겁고 어려운 책이라는 편견
첫째로는 (일견 사소해 보일 수도 있는 문제이지만) 이 책이 주는 외형적인 중압감이 독자들의 접근을 어렵게 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내용 면에서 볼 때 이 책은 국내에서 많은 독자를 확보한 앨빈 토플러의『제3의 물결』처럼 ‘쉽게 읽히는’ 대중적인 미래예측서와는 사뭇 다르다. 흔히 벨도 토플러 같은 미래학자로 간주되기도 하지만, 벨은 미래학자라기보다는 치밀한 사회학자이다.『탈산업사회의 도래』는 맑스의 이론을 포함한 광범위한 사회발전이론을 치밀하게 사회학적으로 분석하고 그것을 통해 ‘탈산업사회론’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사회철학사상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통해 새로운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게다가 이 책은 분량 면에서도 가볍게 읽거나 쉽게 번역하겠다는 생각을 갖기 어렵게 만든다. 이번 한국어판도 역자들의 해제와 용어 및 인명 해설을 제외한 본문만 무려 855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다니엘 벨은 기술결정론적 낙관주의자이다?
둘째로는 저자 다니엘 벨을 둘러싼 오해를 들 수 있다. 다니엘 벨은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기술결정론자이자 낙관론자라는 비판을 자주 받아왔다. 이러한 비판을 내놓는 당사자들은 벨을 두고 ‘새로운 컴퓨터기술과 원격통신기술에 의해 추동되는 탈산업사회가 매우 미래지향적이고 공동체지향적일 것이라고 강력하게 느끼는 낙관주의자’라는 오독을 서슴지 않았다. 항간의 이러한 견해에 대해 벨은『탈산업사회의 도래』1976년판과 1999년판 머리말에서 자신의 입장이 오독되고 있음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한 판단은 분명 비평가들의 몫이다.
하지만 벨 자신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오해가 여전히 계속되는 것은 앞서 언급한 방대한 분량과도 일면 관계가 있는 듯하다. 여러 비평가를 비롯해 단순히 벨을 소개하는 학자들의 경우 대부분 벨의『탈산업사회의 도래』전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벨이 도입부에서 예측한 탈산업사회의 모습, 즉 당시 미국사회에서 진전되고 있고 또 앞으로 많은 산업사회들이 겪게 되리라고 예측한 탈산업사회의 모습만을 떼어내 소개하거나 그것과 벨이 대안적으로 제시한 공동체적 사회를 곧장 연결시키는 실수를 저지르곤 했다.
하지만 다니엘 벨은 1) 기술발전에 따른 경제부문의 재화생산에서 서비스경제로의 변화, 2) 직업분포 면에서의 전문기술직 계급의 부상, 그리고 3) 기축원리로서의 이론적 지식의 중심성 등 탈산업사회의 모습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기술발전이 초래할 사회문제들, 예컨대 서비스부문의 생산성 제약, 인플레이션, 제조업 공동화의 문제 역시 지적하는 등 사회학적 비판의 면모도 결코 간과하지 않았다. 벨의 또 다른 저서『자본주의의 문화적 모순(The Cultural Contradictions of Capitalism)』은 이러한 측면의 문화적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다니엘 벨은 반맑스주의자이다?
셋째, 벨의『탈산업사회의 도래』가 국내에 처음 소개될 당시 대한민국의 학문적 분위기 역시 벨을 소홀히 다루게 한 원인 중 하나로 들 수 있다.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한국의 학계는 진보적인 기류가 강하게 흘렀고, 이러한 분위기에서 낙관론자로 알려진 다니엘 벨의 저작은 당시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니엘 벨은 1999년판 머리말에서 자신은 반맑스주의자(anti-Marxist)가 아니라 굳이 나누자면 포스트-맑스주의자(post-Marxist)라고까지 밝히고 있다. 이같은 인식은 앞으로 미래사회가 ‘경제학화 양식(economizing mode)’에서 ‘사회학화 양식(sociologizing mode)’으로 전환되어야 함을 역설하는 벨의 논지에서도 잘 드러난다.
벨에 의하면 근대산업사회는 두 가지 새로운 인간인 ‘엔지니어’와 ‘경제학자’의 산물이자 양자를 결합시키는 ‘효율성’ 개념의 산물이다. 따라서 이러한 근대산업사회에서의 삶은 ‘서로 경쟁하는 목적들 사이에서 희소자원을 최선의 상태로 할당하는 과학’으로서의 ‘경제학화’ 양식이라는 ‘독특한 삶의 양식’을 띠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삶의 양식은 경제적 재화의 측정과 사적 소비의 만족에만 주목한 채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나 삶의 목적 또는 목적들 간의 우선순위의 정립 문제 등을 도외시해왔다. 따라서 벨은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공익’의 관점에서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정의관’을 확립하고, 사회적 재화와 관련된 공공정책의 문제를 다루는 ‘사회학화’ 양식이 점차 부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벨이 주장하는 공동체적 사회는 바로 이같은 사회학화 양식이 작동할 수 있는 토대이다.
“나는 미래를 예언한 것이 아니라 가공의 이야기를 기술했었다. 다시 말해 그것은 앞으로 있을 법한 것에 대한 하나의 논리적 구성물로, 우리는 이를 미래의 사회현실과 비교하여, 사회가 취하고 있는 변화의 방향 속에 무엇이 개입하여 사회를 변화시키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이것은 (역사학자의 ‘회고적’ 구성물과 대비되는) 사회학자의 ‘전망적’ 역사였기 때문에, 25년이 지난 지금 호기심 있는 독자들은 내가 얼마나 정확했는지가 아니라 오늘날 사회의 특징이 25년 전의 세계와 어떻게 비교되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_1999년판 머리말「기술기축시대」중에서
탈산업사회는 경제의 시대이다?
넷째, 경제성장지상주의에 매몰되어 있는 한국의 사회적 분위기는 벨이 단지 이념형으로 제시한 전산업사회―산업사회―탈산업사회의 분석도식을 단순한 발전도식으로 파악하고, 벨이 예리하게 파악하고 있는 경제적 측면의 변화가 초래할 문제들을 애써 무시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벨이 그리고자 한 것은 기술발전이 가져다줄 장밋빛 미래가 아니라 당시 진입하고 있던 탈산업사회의 모습에 비추어 그것이 미래에 초래할지도 모를 문제들을 예기하고 그에 대한 예비책을 준비하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벨이 강조하는 것은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경제에 모든 것을 다 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초래할 새로운 갈등들을 조정할 정치의 중요성이었다. 다시 말해 탈산업사회는 경제의 시대가 아니라 정치의 시대이다. 왜냐하면 벨이 볼 때, 지금까지의 우리 사회가 개인주의와 시장합리성의 전제에 의존해온 사회였다면, 이제 우리는 공동체적 윤리에 기초한 사회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고, 벨은 이것이 서구사회의 장기적인 역사적 경향이라고까지 말한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경제가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정치가 시끄러울 수밖에 없고, 또 정치를 욕하면서도 우리가 정치를 벗어날 수 없는지를 잘 보여준다.
21세기에 왜『탈산업사회의 도래』인가?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벨이『탈산업사회의 도래』에서 실제로 말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여러 요약본 교과서들을 통해 알고 있던 것들과는 크게 다르다. 책이 출간된 지 30년도 지난 지금 “누가 다니엘 벨을 읽는가?”라고 되물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이 책의 진가를 간과한 물음이다. 다니엘 벨은 당시로선 30년 내지 50년 후에나 그 출현을 볼 것으로 예상한 ‘탈산업사회’의 모습에 대한 선견지명을 가지고 그 사회가 초래할 문제들에 대해 경고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가 예언했던 30년 후, 50년 후가 바로 오늘, 21세기의 이곳이다.
지금의 한국 사회는 장밋빛으로 기대했던 탈산업사회 또는 정보사회의 모습이 아니라 벨이 예기했던 탈산업사회의 문제들이 사회의 전면에 부상하고 있는 형국이다. 청년실업으로 대변되는 일자리 부족, 쓰레기 소각장을 둘러싼 사적 이익과 공적 이익의 갈등, 쾌락주의 문화경향 등은 이를 실증하고도 남는다. 어쩌면 바로 지금이 우리에게는 다니엘 벨의 혜안이 필요할 때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이 방대한 책을 첫줄부터 마지막 줄까지 모두 읽기엔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책에 한번 빠져들기 시작하면 다니엘 벨의 해박함에 놀라게 되고, 또 그가 던져놓은 수많은 아젠다들은 현대사회를 분석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찾는 사람들에게 무궁무진한 지적 자극이 될 것이다. 실제로 이 책에서는 현대사회를 분석하는 주요 담론이 되어버린 정보화, 지구화는 물론, 현대사회사상의 주요 흐름으로 자리 잡은 공동체주의, 여가사회학, 시간과 공간의 사회학의 중요한 단초들을 발견할 수 있다. 다니엘 벨의 이 책에 왜 그토록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에 못지않은 찬사가 쏟아졌는지 그 이유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이제 다니엘 벨의 실체를 볼 자리가 마련되었으니, 많은 이들이 그 지적 성찬에 참여하기를 권고해본다.
목차
기술건축시대 | 1999년판 머리말
1976년판 머리말
서문
서론
방법론적 여담
탈산업사회의 차원들
이 책을 구상하기까지
책의 구성
제1장 산업사회에서 탈산업사회로 - 사회발전이론
맑스의 두 가지 도식
포스트 맑스주의: 서구에서의 대화
맑스주의: 관료제의 문제
소련: 관료제와 새로운 계급
사회발전: 모스크바의 견해
체코의 미래관
탈산업사회: 개념적 도식
제2장 재화에서 서비스로 - 경제의 변화하는 모습
노동부문과 직업
탈산업사회의 몇 가지 노동문제들
변화를 제약하는 요인들
제3장 지식과 기술의 중요성 - 탈산업사회의 새로운 계급구조
지식의 중요성
기술변동의 측정
지식사회의 구조
결론
제4장 법인의 종속 - 경제학화 양식과 사회학화 양식 간의 긴장
새로운 비판
경제학화 양식
법인: 새로운 사회적 발명품
경제학화 양식의 한계
국민총생산, 그리고 사적 비용과 사회적 비용
사회학화 양식
다양한 계획들
사회학적 제도로서의 법인
책무의 균형
전환점에 선 법인
사유재산인가, 아니면 사적 기업인가?
'법인'의 의미
고통스런 투쟁에서 평범한 것으로
제5장 사회적 선택과 사회계획 - 우리의 개념과 도구의 적실성
계획의 도구들
제6장 "누가 지배할 것인가?" - 탈산업사회에서의 정치가와 테크노크라트
패러다임
타임머신
출생년도
기술관료제적 사고방식
사물이 사람을 지배하다
군인이 사물을 지배하다
누가 권력을 장악하는가?
정치싸움터
종장 미래를 위한 아젠다
1. 사회체계는 어떻게 변화하는가
2. 과학의 미래
3. 능력주의와 평등
4. 결핍의 종말?
5. 문화와 의식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