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학술도서

현대 건축과 비표상

기본 정보

지은이
정인하
옮긴이
출판사
아카넷
가격
20,000원
발행
2006년 3월 30일
판형
153*224*20mm
쪽수
297쪽
ISBN
9788957330753

도서 소개

철학, 예술, 과학 등 현대 문명 일반과 현대 건축의 연관성 찾기

‘비표상’이란 무엇인가? 문자 그대로 비표상(non-representation)은 무언가를 표상하거나 재현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이 책에 사용된 ‘비표상’ 개념은 그런 단순한 의미를 넘어서는 것이다. 비표상에 반대되는 개념인 표상(representation)은 이 세계를 주체의 전면에 내세우며 주체의 방식대로 세계를 규정하려는 인식 방법을 가리킨다. 그런 점에서 주체, 동일성, 표상은 근대성의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핵심적인 개념들이다. 오늘날 많은 철학자들은 근대적인 주체, 표상 개념을 폐기하고 대신 새로운 인식 방법을 제안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비표상 개념이다. 표상 개념이 동일성을 바탕으로 정립된 것인 데 반해 비표상 개념은 계속해서 생성해 나가는 차이를 표현하는 것으로, 이는 20세기 후반의 건축 경향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요컨대 이 책에서 사용되고 있는 ‘비표상’의 개념은 20세기에 진행된 인간, 세계 그리고 문명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변화를 대변하고 있다.
이러한 비표상 개념을 바탕으로 저자가 이 책에서 의도한 바는 다음의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철학, 과학, 예술에서 논의되는 비표상 개념이 과연 현대 건축가들의 작업에서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가를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책은 비표상 개념을 바탕으로 형성된 현대 문명과 건축의 관계를 명료히 하면서, 이를 통해 현대 건축의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건축 이론과 실무를 동시에 포괄하면서 1960년대 이후의 현대 건축이 기반으로 삼고 있는 건축 존재론을 찾아내려는 시도와 직결된다.
둘째는, 비표상이라는 개념을 매개로 삼아 현대 건축과 도시의 주요 담론들을 철학, 예술, 과학 등의 다양한 학문 영역들과 직접 연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건축과 도시를 단순히 물리적 실체로 보지 않고, 현대 문명을 조건 짓는 지적 체계로 설명한다.
저자는 이 같은 목표를 염두에 두고 비표상 건축의 진정한 의미를 탐구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에는 건축을 바라보는 시각의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서구에서 건축은 오랫동안 인간중심주의의 하위 분야로 간주되어 왔다. 그렇지만 그 이론들은 인간중심주의를 극복하려는 오늘날의 사유 체계와는 잘 맞지 않는다. 비표상 건축을 주장하는 건축가들은 더 이상 이런 이론들을 받아들이지 않고, 인간, 자연, 기계처럼 건축 외부의 무언가를 표상하지도 않으려 한다. 대신 계속해서 차이를 생성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강구하고 있다. 그들에게 건축은 자율적 형식 체계로서 현실 속에서 스스로 조직해 나갈 뿐이다. 자기 지시성, 텍스트, 랜드스케이프, 주름, 기계, 다이어그램 등의 개념을 동원하여 건축의 자율적인 생성 원리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려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이 책의 핵심 내용인데, 이들은 모두 여섯 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자세히 언급된다.
제1장 「건축에서 새로운 형식주의」에서는 자율적인 형식 체계로서 비표상 건축이 어떤 속성을 가지는가를 소개한다. 형식주의는 비표상 건축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데, 왜냐하면 텍스트, 주름 잡힌 표면, 가상, 알고리즘 등 이 책에서 다룰 주요 개념들이 크게 보자면 형식화된 체계이기 때문이다. 제2장 「텍스트로서의 건축」에서는 건축적 동일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건축 이론들이 어떻게 해체되는가를 집중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비표상 건축은 차이의 건축이고, 차이는 해체와 생성이 반복되면서 생겨난다. 이 장에서는 텍스트 개념을 중심으로 건축가들이 어떻게 차이를 발생시키는가를 집중적으로 살핀다. 제3장 「‘주름’ 개념과 랜드스케이프 건축」에서는 질 들뢰즈의 주름 개념이 건축적으로 어떻게 이해되는가를 살펴보고, 건축과 대지가 하나의 표면으로 통합되는 방법을 정리하고 있다. 제4장 「건축에서의 가상과 실재」는 디지털 기술이 건축에 도입되면서 그것이 비표상 건축을 어떤 방식으로 생성시키는지를 규명하고, 제5장 「다이어그램 건축」에서는 다이어그램 건축을 명료하게 정리하기 위해 내재적인 관점과 외재적인 관점으로 나누어 접근한다. 그것은 비표상 건축의 새로운 생성 방법으로서 오늘날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제6장 「현대 도시 이론에 나타난 비표상성」에서는 현대 도시 이론에 등장하는 비표상 개념을 추적한다. 이런 시도들을 통해 1960년대 이후 서구에서 나타난 현대 건축의 흐름을 깊이 있게 통찰할 수 있다.

목차

책 머리에
 
제1장 건축에서 새로운 형식주의

1. 형식주의란 무엇인가?
2. 형식주의의 세 가지 특징
3. 건축에서 형식주의의 등장
4. 자율적 형식 체계로서의 건축

제2장 텍스트로서의 건축

1. 차연과 흔적
2. 건축 담론의 해체
3. 텍스트의 중첩
4. 상호텍스트성(intertextuality) - 스케일링(scaling)
5. 텍스트의 탈위 전략

제3장 '주름' 개념과 랜드스케이프 건축

1. 질 들뢰즈의 '주름' 개념
2. 랜드스케이프 건축의 형성 배경
3. 랜드스케이프 건축의 주요 개념들

제4장 건축에서의 가상과 실재

1. 가상의 주요 개념들
2. 넙스(NURBS) 면
3. 표면의 생성
4. 살아 움직이는 형태들

제5장 다이어그램 건축

1. 추상적 기계
2. 다이어그램과 건축
3. 피터 아이젠만 건축과 다이어그램
4. 보편적인 구축 기계(Universal Constructor)

제6장 현대 도시 이론에 나타난 비표상성

1. 비표상 개념의 네 가지 특징
2. 현대 도시 이론의 특징들
3. 새로운 도시의 모습

주석
참고문헌
 

저자 소개

정인하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프랑스 파리 제1대학에서 건축역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김수근 건축론』, 『김중업 건축론』, 『이희태 건축론』, 『김종성 건축론』 등이 있으며 한국근현대건축사와 현대건축의 이론에 대한 연구를 주로 진행하고 있다. 현재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