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학술도서
기본 정보
도서 소개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의 철학과 사유, 문화의 특성 연구
-한자와 한자문화학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시도
1.
이 책은 한자에 담긴 다양하고도 풍부한 문화의식과 사유체계 등을 살피고, 이를 통해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의 철학적ㆍ사유적ㆍ문화적 특성에 접근해가고자 하는 연구서이다. 지금까지 한자 연구가 한자의 구조방식이나 형체의 변화 규칙, 미해독 한자의 고석(考釋) 등과 같은 실증적 연구에 치중해왔다면, 이 책에서는 한자와 문화의 특수한 관계에 대한 연구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제1부에서는 한자 자체의 자원(字源)이 담는 중층적인 문화 코드를 읽어냄으로써 한자에 대한 서구의 지식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식으로 도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며, 제2부에서는 갑골문의 시대에서 춘추전국시대 이전까지 개별 한자의 문화적 의미를 분석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2.
저자에 따르면 한자가 문화 연구의 중요한 텍스트로 부상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중국의 경우 1990년대 이후에 들어서야 언어와 문화의 관계를 논의한 ‘언어문화학’이 언어 연구의 중요한 과제의 하나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조를 따라 중국 언어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한자와 문화의 관계를 규명하고, 한자를 통해 문화구조를 해석해 보고자 하는 노력이 일기 시작했기 때문에 ‘한자 문화학’ 연구의 방법론과 이론적 틀은 아직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다.
3.
저자에 따르면 한자는 사라진 고대의 기억을 문자 속에 흔적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권위적 기관이나 제도도 그 흔적까지 검열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저자는 한자 연구를 데리다의 ‘원문자(archi-ecriture)'와 ’차연(diffeance)'의 개념에서 분석할 수 있다고 보며, 특히 한자의 발생시기로 거슬러 올라가면 의식적이기보다는 무의식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 의미화 단계 이전의, 즉 상징화 이전의 어떤 아카이브를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문자언어를 의미하는 프랑스어 ‘에크리튀르’에는 글 쓰는 행위와 방법(문체와 서체 등), 문자나 표기법 등 폭넓은 의미가 함께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저자는 ‘한자와 에크리튀르’를 통해 아래와 같은 구체적인 주제들을 천착해나간다.
4.
첫째, 한자 속에 화석화된 과거로서 굳어 있는 문화, 혹은 상징체계의 작동에 불필요한 것으로 삭제된 의미와 그 의미의 흔적을 고고학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둘째, 발생에서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시기의 다양한 사용자에 의해 축적된 공동의 인식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한자’에 내재한 문화적 뜻을 찾아내고 이를 통해 한자 문화권의 사유와 문화적 특성을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학문적 방법론을 제공하고 있다. 셋째, 최근의 문화연구 방법론을 응용하여 관련 한자군의 세밀한 자원 해석을 통해 그간 서구에 의해 일방적으로 폄하되어왔던 동양의 가치와 자리를 바로 잡을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넷째, 이러한 연구를 통해 한자가 중국 뿐 아니라 오늘날 한국 문화 속에서도 유효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목차
책머리에
일러두기
서론 한자문화 연구의 필요성
제1부 한자와 오리엔탈리즘의 해체
제1장 한자와 오리엔탈리즘
제2장 말과 문자: 언(言)과 문(文)계열 한자군
제3장 청각과 시각: 목(目)과 견(見) 계열 한자군
제4장 한자와 진리: 진(眞)과 정(貞) 계열 한자군
제2부 한자 문화의 여러 지층
제5장 한자와 귀신: 귀(鬼)와 신(神) 계열 한자군
제6장 한자와 하늘: 천(天)계열 한자군
제7장 한자와 숫자: 일(一)과 일(壹)
제8장 한자와 시간: 실천적·수행적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