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학술도서

고대 러시아 문학의 시학

기본 정보

지은이
조주관
옮긴이
출판사
아카넷
가격
26,000원
발행
2009년 12월 28일
판형
153*224*30mm
쪽수
452쪽
ISBN
9788957331453

도서 소개

1. 러시아문학의 근원을 집중 조명하다!

근현대 러시아 작가들은 세계적인 수준의 문학작품들을 창작하였다. 이는 고대(중세) 문학에 대한 깊은 지식이 침윤되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옛것을 공부하면 새로운 것에 대한 이해의 지평이 확대되는 것이기에, 이전 시기 문학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구가 우선되어야, 러시아문학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시기적으로 서구의 중세문학에 해당하는 러시아 고대문학을 집중 조명한 책이다. 중세(Middle Age)라는 말은 1700년대의 역사학자들이 붙인 명칭으로 오로지 신앙에만 의지했던 어둡고 불안에 찬 미개한 시대를 뜻한다. 러시아 학자들은 서구 학자들의 이러한 시대구분법을 고려하지 않고 뾰뜨르 대제 이전의 시대를 고대라고 지칭한다. 따라서 러시아에서 사용하는 고대문학이라는 개념은 서구의 중세문학과 유사하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이 시기의 러시아 문학은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미개척 분야라고 할 수 있는데, 먼저 1장에서는 고대 러시아문학의 시기, 방법론, 장르 등 기초적인 일반 지식을 망라하여 고대 러시아문학 연구의 단초를 제공한다. 2장은 러시아의 신화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더불어 신화와 종교의 문제를 상세히 다룬다. 그리고 3장에서는 슬로보 문학의 대표작인 「이고르 원정기」를 자세히 분석하고 해석한다. 4장은 고대 문학작품에 나타난 여성의 이미지를 탐구한다. 주로 러시아 여성의 부정적 이미지보다는 긍정적 이미지의 뿌리를 찾는다. 5장은 17세기 러시아 피카레스크 이야기들이 나타난 시대적 배경과 개별 작품들을 면밀히 분석하고, 6장에서는 고대 문학작품에 나타난 악의 흐로노또프(시ㆍ공간)에 대한 연구를 통해 악마성도 시대별로 변별됨을 보여준다. 또 러시아의 풍자문학과 웃음문학에 대한 연구인 7장에서는 패러디 이론 등 웃음에 대한 고대 러시아인들의 생각을 중심으로 민주풍자문학을 상세히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8장에서는 민주풍자문학 16편을 소개하는데 우리나라에 아직 민주풍자문학에 대한 번역본이 없기 때문에 이는 연구 자료로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하겠다.

저자는 이 한 권의 책을 위하여 “10년 이상의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면서 공부해야 할 주제와 과목들이 “박물관에 들어가기 전에 책으로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고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는데, 오랜 연구의 결정체로서 이 책은 조급증과 성과주의에 시달려온 우리 학계에 큰 울림을 줄 것이다.

2. 문학 속에서 지혜롭고 강인한 여성들을 만나다

이 책에서는 특히 러시아 문학작품에서 읽어낸 여성의 이미지에 주목할 만하다. 러시아 문학 속 여성은, 작품에 많이 등장하는 무능력하고 나약한 남성과는 반대로 지혜롭고 어진 모습으로 그려졌다. 작품 속에 가장 흔한 이름인 소냐는 지혜를 의미한다.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와 아테나도 지혜의 여성성과 무관하지 않다. 두 번째로 여성은 인간의 구원자로 그려진다. 러시아 정교에서 가장 신성시되고 경배되는 대상은 성모 마리아이고 이콘(성상) 문화가 발달한 러시아에서 대다수의 집에 모셔져 사랑을 받는 대상이 성모 마리아 상이다.

이런 여성상이 구현된 작품 「지난 세월의 이야기」의 올가는 민족의 명예를 지키고 자신의 정조를 지켜 남편에 대한 일편단심을 영웅적 행동으로 보여준다. 올가 못지않은 여장부가 등장하는 「스따브로 고지노비치」에서 여주인공은 매우 지혜롭고 용감하며 남성들보다 뛰어난 인물로 묘사되어 있다. 또한 현명한 농촌 처녀가 지혜를 발휘해 공후 부인이 되었다는 전설을 기초로 쓰인 「뾰뜨르와 페브로니야에 대한 이야기」 역시 여성의 지혜와 대범함을 그리고 있다.

『율리야니아 이야기』의 여주인공 율리야니아는 이상적인 성자의 이미지를 갖는다. 그녀는 가난하고 배고픈 사람들에게 음식을 갖다주기도 하고 어리석은 남자들을 교정시키고 여성 농노들을 위해 봉사하는 등 ‘지각 있고 현명한’ 여성상을 보여준다. 또한 17세기 후반 러시아 여성 가운데 성스러움과 불굴의 의지를 가진 여성의 전형을 보여주는 인물이 『대귀족 부인 모로조바에 대한 이야기』의 모로조바이다. 그녀는 초기 구교도를 대표하는 여성으로, 자신의 집을 수도원으로 개조하고 거지들과 수녀들을 돌보는 등 자선을 베풀고 고행을 수행한다.

이처럼 고대 러시아문학에서는 여주인공들의 육체적 아름다움이나 매력에 대한 논의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여성들의 지혜, 용기, 강인한 의지, 독립성이 부각되어 있다. 단순히 페미니즘적 시각을 벗어나 궁극적으로 화해와 공존을 지향하는 여성문제를 논함에 있어 러시아 문학 속 여성들을 살펴보는 것은 가치 있는 작업일 것이다.

3. 건달 이야기를 통해 본 러시아 사회

이 책에서는 「프롤 스꼬베예프 이야기」와 「?바 그루드쓰인 이야기」를 중심으로 러시아의 피카레스크 문학을 고찰한다. 피카레스크 소설은 16세기 중엽 스페인에서 발생해 17세기까지 크게 유행했던 문학 양식이다. ‘피가로’는 건달(악한)이라는 뜻의 스페인어이다. 따라서 피카레스크 소설은 ‘악한소설’ ‘건달소설’로 번역될 수 있는데, 주인공이 위선적이고 부도덕한 현실 사회에서 살아남고 성공하기 위해 재치 있는 임기응변과 비교적 심각하지 않은 부도덕을 범하는, 일련의 사회적 모험담을 이야기하는 문학이다. 이들 피가로들의 관심사는 ‘생각과는 달리’ 연애 문제가 아니라 ‘먹고사는’ 문제여서 ‘굶주림의 기사도 소설’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사바 그루드쓰인 이야기」는 아버지의 권위에 복종하지 않고 세속적인 향락에 젖어들어 방탕한 생활을 하고 고뇌를 겪다가 결국 수도원 생활에 귀의하는 아들 이야기로 ‘돌아온 탕아’를 테마로 삼고 있다. 「프롤 스꼬베예프 이야기」는 백수건달이 귀족의 딸을 유혹해 비밀리에 결혼한 후, 그녀의 부모와 화해하고 결국에는 신분상승에 성공한다는 사기꾼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궁극적으로 러시아의 문벌제도를 비판하고 있는데 등장인물들은 모두 독특한 전형성을 가지며 표현의 사실성과 심리 묘사의 차원에서도 뛰어난 작품이다.

이러한 건달소설의 탄생은 러시아의 사회상과 깊은 관련이 있다. 17세기 러시아는 굶주림, 질병, 정부 붕괴, 전쟁 등 매우 혼란스러웠다. 안정을 기대하거나 예상이 가능한 시대가 아니었기에 협박과 거짓 약속들이 가득 찬 건달문학이 출현하고 발전할 수 있었다. 불경스럽고 가벼운 것이 그려졌던 만큼 사람들은 안정된 삶과 정체성에 대한 욕구가 강했다고 볼 수 있다.

4. 러시아의 수준 높은 풍자와 웃음문학을 느껴볼 절호의 기회!

이 책에는 17세기 러시아 풍자문학의 대표작품 16편을 번역 수록하였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번역본이 없어 독자들이 러시아의 수준 높은 풍자 작품을 접할 수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러시아 특유의 웃음문학과 ‘카니발’적 요소를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수록된 작품은 「가난한 자의 알파벳 입문서」「주점에서의 예배」「사바 사제 이야기」「수탉과 여우에 대한 이야기」「깔랴진 탄원서」「지참금 목록」「적에게 보내는 공손한 서신」「외국인을 위한 치료서」「세마꺄 재판 이야기」「요르쉬 요르쇼비치 이야기」「주정뱅이 이야기」「농부의 아들에 대한 이야기」「까르쁘 수뚤로프 이야기」「질투심 많은 남편들에 대한 이야기」「포마와 예료마 이야기」「부유한 삶과 행복에 대한 이야기」이다. 또한 이 책에서는 작품뿐만 아니라 이들 작품에 대한 해석과 분석을 함께 실어 러시아 하층민들의 ‘고급한’ 현실인식 수준과 사회 개혁 의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들은 17세기 러시아 역사의 대혼란 속에서 세대 간 갈등, 빈부 격차, 지배세력의 윤리관을 조롱하고 웃음거리로 삼는 우수한 작품들이 패러디나 그로테스크, 과장이라는 형식 기법을 빌려 많이 탄생하였다. 즉 이 시기에 뛰어난 풍자문학과 웃음문학이 탄생하였는데, 이는 민중들의 중세 문화의 금기에 대한 도전이며, 억눌렸던 에너지가 웃음이라는 형식으로 분출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목차

책머리에
 

제1장 고대 러시아 문학 연구에 대한 단초

제2장 러시아의 신화 시학

제3장 슬로보 문학의 시학 : 「이고르 원정기」를 중심으로

제4장 고대문학에 나타난 여성의 이미지

제5장 17세기 러시아 피카레스크식 이야기

제6장 고대 러시아 문학작품에 나타난 악의 흐로노또프

제7장 17세기 러시아의 풍자문학과 웃음문학

제8장 민주풍자문학 작품

참고문헌

저자 소개

조주관
연세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 슬라브어문학과 대학원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러시아문학회 회장과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세계문학연구소 학술위원을 역임하였고, 2000년 2월에는 러시아 정부로부터 푸슈킨 메달을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러시아 문학의 하이퍼텍스트', '고대 러시아 문학의 시학', '러시아 시강의' 등이 있으며, '시의 이해와 분석', '러시아 현대비평이론', '러시아 고대문학 선집', '검찰관', '뻬쩨르부르그 이야기', '주인공 없는 서사시', '타라스 불바', '만젤쉬땀 시선집', '보리스 고두노프, 모차르트와 살리에르' 외 다수의 책을 번역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