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학술도서
기본 정보
도서 소개
만물의 기원, 지리와 풍속, 특출 난 인물들, 역대 제왕의 연표에 이르기까지
19세기 조선 사람들이 곁에 두고 활용한 상식 사전
지은이 장혼은 송석원시사(松石園詩社)를 이끈 시인이면서, 한국 교육에 새로운 흐름을 선도하는 등 여러 분야에 족적을 남긴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장혼은 평생을 책과 함께 산 인물이다. 많은 책을 읽고 간행하고 편찬했으며, 그러면서도 더 많은 책을 보고 소장하기를 희망했다. 『아희원람(兒戱原覽)』(1803)은 장혼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제가(諸家)의 문헌들을 검토하여 필수적인 당대의 지식을 10개의 대주제와 530여 개의 항목으로 추려낸 핸드북이다. 이처럼 방대한 ‘19세기의 상식’은 어떤 이에게는 진지한 탐구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어떤 이에게는 단순한 흥밋거리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상식’은 때로 한 시대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거울이 되기도 하니, 『아희원람』은 오늘날의 독자에게 19세기 조선의 참모습을 안내하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아희원람』은 1803년에 처음 간행되고 1906년 무렵에 재간행되어 19세기 내내 활용되었으며, 현재 여러 기관에서 소장한 것만도 100건에 이를 정도로 널리 유포되었다. 이러한 대중성을 띤 문헌의 성격을 두고 그동안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 국문학자 안확의 견해를 좇아 교육서나 교재로 간주되어 교육학 분야에서 먼저 주목을 받았으나 최근에는 초학자용 유서(類書)로 이해하는 관점이 통용되고 있다. 역해자 황재문 교수(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는 이러한 책의 성격을 오늘날의 관점에서 본다면 ‘편람’ 즉 핸드북(handbook)으로 이해하는 것이 사실에 부합한다고 주장한다. ‘동양사 연표’나 ‘역사문화 수첩’의 내용에 가까운 공구서로서 긴요한 지식의 필요를 채워주는 용도로 활용되었다는 것이다.
지은이 장혼이 서문에 밝힌 “응졸(應卒, 갑작스럽게 써야 할 때 응한다)”은 책의 성격을 명확히 드러내는 표현이다. 19세기의 조선 사람들이 시문(時文)을 쓰거나 고치기 위하여 전고(典故)로 삼을 만한 내용을 찾거나 글을 읽는 데 참고하는 용도로 이 책을 활용했을 것이다. 『아희원람』은 독자가 무언가를 찾아보고자 할 때 관련 지식을 찾아낼 수 있게 하면 그만이었던 셈이다. 이러한 점에서 기존의 유서들과 달리, 연령에 따른 일화를 제시하거나(제7장) 첫 글자가 숫자로 시작하는 어휘를 모아서(부록 1) 구성한 점은 독자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편이 되었을 것이다. 장혼은 초학자나 아동을 위한 서적을 많이 지었는데, 『아희원람』은 그러한 경향을 대표하는 문헌이며, 방대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간추려 활용도를 높였다고 하겠다.
“가장 많은 주제를 해석하고 요약했다.”
― 모리스 쿠랑, 『한국서지(韓國書誌)』(1894~1901)의 저자
“한 시대의 상식이야말로 그 시대의 참모습”
상식의 변동에서 맛보는 독서의 의미와 재미
당대에 널리 활용된 ‘상식 사전’임에도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현대를 사는 독자의 상식과 거리가 없지 않다. 하루에 닭 50마리를 먹었다거나 뱀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사람의 이야기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지만 꼭 알아야 할 지식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1세기의 독자가 ‘19세기의 상식’을 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역해자는 상식의 변동을 좇아가는 과정에서 한 시대의 참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 우선 주목한다. 『아희원람』은 신화 또는 신선의 이야기를 제법 많이 수록하고 있는데, ‘유교국가’라는 인식의 틀만으로는 조선을 온전히 풀이할 수 없음을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더불어 상식의 변동 자체에서 맛보는 재미도 놓칠 수 없다. 신라의 ‘화랑(花郞)’을 ‘정재인(呈才人)’ 즉 광대로 풀이한 항목을 살펴보건대, 앞선 시대의 사람들이 더 정확히 과거를 인식하는 것은 아님을 발견할 수 있다.
책은 10개의 장과 2개의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장마다 하나의 큰 주제를 가지고 여러 항목을 간략하게 서술하고 있다. 도합 10개의 대주제 아래 530여 개 항목에 이른다. 장지연의 『만국사물기원역사』를 완역한 바 있는 역해자 황재문 교수는 텍스트 본래의 문맥을 확인하고 정확한 의미를 살려서 번역에 힘쓰는 한편, 원문의 오류나 지식에 이견을 제시하는 상세한 해설을 실어 원서의 한계(통일적이지 못한 서술, 원전의 누락)를 보완했다.
『아희원람』의 10개 대주제와 각 장의 내용 소개
〇 우주와 천지의 생성 〇 만물의 기원 〇 나라와 도읍의 내력 〇 우리나라의 풍속 〇 기이한 탄생담을 지닌 사람들 〇 특이한 외모와 능력을 지닌 사람들 〇 남다른 재주를 타고난 사람들 〇 수명과 부귀로 일컬어지는 사람들 〇 기이한 사건과 사람 〇 중국과 우리나라의 역대 제왕
제1장 형기(形氣)는 천지 및 기상 현상의 기원을 풀이했다. 기(氣)가 드러나지 않은 태역(太易)에서부터 하늘, 땅, 사람, 해, 달, 별, 구름, 비 등 23개 항목을 간략하게 서술했다. 제2장 창시(創始)는 의식주를 비롯하여 문화, 제도 및 각종 사물의 기원에 대한 정보를 135개 항목에 걸쳐 제시했다. 제3장 방도(邦都)는 단군 이래의 건국 시조, 도읍지의 변천, 관사(官司)의 표기 및 별칭, 품계, 한성부 관내 방(坊)의 명칭, 팔도의 고을 명칭 및 거리 등 23개 항목을 제시했는데, 우리나라의 사례만을 다뤄서 일찍부터 주목을 받았다. 제4장 국속(國俗)은 기자의 동래(東來)와 관련된 풍속의 변화를 서두에 두고 복식, 세시풍속 등을 13개 항목으로 간략히 서술했다. 제5장 탄육(誕育)은 출생에 관한 기이한 일들을 24개 항목으로 수록했다. 우리 신화에 등장하는 알영이나 신라의 장수 김유신의 사례가 포함되어 있다.
제6장 자성(粢性)은 기이한 외모나 능력을 지닌 사람들에 대한 일화와 함께 부록으로 동물에 대한 정보도 곁들여 64개 항목을 소개했다. 성현(聖賢)의 신체적 특징으로 여겨지거나 시문(詩文)에서 활용된 전고를 담은 일부 내용은 과거에 중요한 정보로 활용되었을 것이다. 제7장 재민(才敏)은 일찍이 재주를 보인 사람들의 일화를 22개 항목에 걸쳐 상대적으로 비중 있게 다뤘다. 해당 연령에 따라 일화를 모아 구성한 점은 독자의 정보 활용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제8장 수부(壽富)도 시대, 지위, 몰년 등의 기준을 두어 남달리 수명이 길거나 짧거나 부유한 인물들을 38개 항목으로 수록했다. 제9장 변이(變異)는 자연 및 인간 세상에 벌이진 기이한 현상을 36개 항목으로 다루었는데, 과거에 재앙의 징조로 해석된 일화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제10장 전운(傳運)은 중국과 우리나라 역대 왕명 등의 정보를 오늘날 ‘연표’에서 확인 가능한 수준으로 간략히 33개 항목으로 제시했다. 나라/군주의 정보를 정통/참칭으로 구분한 것은 당대에 중요한 정보가 되었을 것이다. 첫 번째 부록 수휘(數彙)는 첫 글자로 숫자가 들어간 어휘를 모아 천지인(天地人) 세 편에 나누어 108개 항목을 제시했으며 두 번째 부록 보유(補遺)는 문묘(文廟)에 배향된 인물, 우리나라 성씨 목록 등 정보 활용도가 높은 4개 항목을 소개했다.
목차
해제: 19세기 조선의 상식을 엿보다
아희원람 서문
제1장 형기(形氣): 우주와 천지의 생성
제2장 창시(創始): 만물의 기원
제3장 방도(邦都): 나라와 도읍의 내력
제4장 국속(國俗): 우리나라의 풍속
제5장 탄육(誕育): 기이한 탄생담을 지닌 사람들
제6장 자성(姿性): 특이한 외모와 능력을 지닌 사람들
제7장 재민(才敏): 남다른 재주를 타고난 사람들
제8장 수부(壽富): 수명과 부귀로 일컬어지는 사람들
제9장 변이(變異): 기이한 사건과 사람
제10장 전운(傳運): 중국과 우리나라의 역대 제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