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를 마치며

서강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장재윤

1. 집필의 계기, 혹은 배경은 무엇인가요?

  박사과정 재학 중 개인차와 관련된 과목에서 르네 마그리트의 초현실주의 작품이나 왓슨과 크릭의 이중 나선 모형과 같은 예술가와 과학자의 놀라운 창의적 성취와 더불어 그들의 심리적 특성이나 극적인 삶에 매료되면서, 인류 문명의 근간이 되는 역량인 창의성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당시(지금도 그렇지만) 창의성은 심리학자들에게 중심적인 연구 주제는 아니기에, 순전히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창의성을 탐구하고자 했던 것 같다. 심리학 분야에는 우스갯소리로 얘기하는 ‘전공 선택의 역설’이 있다. 성격이 좋지 않은 사람이 성격심리학을 전공하듯이, 부족하거나 취약한 부분을 전공으로 선택한다는 것이다. 필자도 그리 창의적인 인물은 아니어서 창의성에 관심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필자의 가장 창의적인 면모라고 한다면 대다수 심리학자가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창의성을 연구 주제로 삼아 계속 탐구해왔다는 점일 것이다.

2. 저자로서 책을 집필하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필자의 책에 소개되는 내용 대부분이 흥미로웠다. 왜냐하면, 전체 열다섯 장의 모든 주제에서 계속 새로운 연구와 발견이 이루어지고 있어 필자에게는 어디 하나 흥미롭지 않은 부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특히 필자에게 흥미로웠던 두 가지 질문은 ‘인공지능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가’(6장)와 ‘서구의 창의성과 대비하여 동아시아의 창의성은 어떻게 다른가?’(13장)라는 것이었다. 엄청난 논의가 필요하고 열띤 논쟁이 될 만한 이 두 질문에 대한 여러 식자들의 견해를 이 책에서 어느 정도 소개하고 있지만, 예상할 수 있듯이 완전한 답을 찾기는 여전히 어려울 것이다. 

인공지능 미드저니(Midjourney)로 만든 그림 '우주 오페라 극장'. (출처: 미드저니 홈페이지)

3. 저자로서 심리학적 관점에서의 창의성에 대해 저술할 때,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이 책은 창의성에 대한 초보적 관심 이상을 갖는 독자들이나 연구자에게 유용할 수 있도록 창의성이라는 현상에 관한 그간의 연구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그간 국내에서 발간된 창의성 개괄서는 대부분 번역서이다. 여러 역서를 보면서 1) 번역상의 문제와 2) 내용의 포괄성과 균형성 측면에서 아쉬운 점들이 있었다.

  본 저술은 관련 최신 연구들을 폭넓고 깊이 있게 소개하고자 하였고, 서구 중심의 창의성 관련 연구와 더불어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의 창의성 관련 연구들도 차별성 있게 다루고자 하였다. 따라서 이 책의 강점은 책의 분량에서 볼 수 있듯이 다루는 내용의 포괄성과 어느 정도의 깊이와 차별성이라고 할 수 있다. 

4. 책을 집필하면서 대중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는(혹은 집중해줬으면 하는) 창의성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일반인들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창의성의 신화를 여전히 믿는 경향이 있다. 이 책은 그런 신화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데 일조하고자 한다. 더불어 연구 주제 선정에서의 2종 오류를 범하지 않아야 할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 심리학의 발전을 저해하는 연구 주제 선정의 1종 오류와 2종 오류가 있다. 전자는 현실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지엽적인 주제들을 다루는 경우이며, 후자는 과학적, 실용적 통찰을 얻는 데 있어 매우 가치 있는 주제이지만 별로 연구되지 않는 경우이다. 스턴버그는 창의성 주제가 2종 주제 선정 오류를 범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하였다. 현실에서 요구되는 정도 대비, 심리학자들이 창의성 연구를 소홀히 해왔다는 것이다.

  일반 대중의 관심도 그러하다. 예를 들어, TV와 같은 대중 매체나 유튜브와 같은 뉴미디어에는 인간의 밝은 면인 창의성 관련 주제보다는 범죄와 같은 인간의 어두운 면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 것 같다.

5. 책을 집필하며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이나 발견한 것은 무엇인가요?

  집필을 위해 본격적으로 관련 최신 연구들을 개관하면서 창의성 연구의 2.0시대가 도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창의성은 다양한 요소들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으로 발현되며 그 과정도 여러 단계를 순환하는 복잡한 현상이기에 관점, 주제, 연구방법의 다양화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최근 창의성 연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주요 변화를 언급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창의성 연구에서는 창의성이 정의되고 측정되는 방식이 다양화되고 있다. 오랫동안 창의성을 ‘확산적 사고’로 정의하여 그것을 검사로 측정해 왔으나, 최근에는 일상생활에서의 창의적 활동 혹은 생애 동안의 창의적 성취를 평가하는 방식이나, 특정 영역의 창작물을 만들어내도록 하고 전문가들의 합의로 평가하는 방식 등 창의성의 정의 및 측정 방식에서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둘째, 이전에는 역사적 창의성 관점(Big-C)의 창의적 산물(outcome)에 주목하는 연구와 일상적 창의성(little-c) 관점의 창의적 잠재력(potential)에 초점을 두는 연구 간에 어느 정도 간극이 존재했다면, 이제는 실제 현장에서의 Pro-c 수준의 ‘창의적 작업(creative work)의 구체적 과정’에 초점을 두면서 이러한 간극이 점차 좁혀지고 있다.

  셋째, 이전에는 창의성을 ‘종속변수’로 간주하여 창의적 성취에 이르게 하는 선행 변수로 개인 특성이나 환경 요소에 주로 관심을 두었다면, 최근에는 창의성을 ‘독립변수’로 보고 창의적인 생각이나 행동이 이후 개인이나 조직에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에도 관심을 둔다.

  넷째, 오랫동안 창의성 연구는 창의적 과정 중에서 선행 단계인 ‘아이디어 생성’에 주로 관심을 가졌지만, 지금은 ‘아이디어 평가나 선택’과 같은 이후의 수렴적 과정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크라우드소싱 등의 방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는 많이 생성할 수 있지만, 그들 중 가장 성공적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선택하는 과정이 더 중요해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전에는 다루어지지 않았던 새로운 주제들로는 정서와 창의성 간의 관계나 창의성의 신경심리학적 기반에 관한 연구 등 접근 방법과 관심 범위가 더욱 넓어지고 있다.
 

6. 향후 연구 계획은 무엇인가요?

  조직심리학 전공자로서, 창의성 연구의 제3섹터로 급부상한 비즈니스 및 기업조직에서의 창의성 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다. 전통적으로 기업 경영은 규범으로부터의 이탈을 규제하는 ‘통제’를 키워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규범의 이탈을 강조하는 창의성과는 궁합이 잘 맞지 않는다. 조직 창의성 연구는 이러한 ‘창의성 경영’의 역설을 극복하는 방안을 찾는데 지향되어야 할 것이다.

7.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질문은 무엇인가요?

  이 책의 13장은 <창의성의 동서양 간의 차이>를 다루고 있는데, 서구의 창의성 관련 개괄서에서는 찾기 어려운 내용이다. 독자들에게 서구 중심의 개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창의성을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나라들에서는 어떻게 인식되고 이를 증진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기회가 마련되면 좋을 것 같다. 
 


* 본 연구는 대우재단의 2020년 학술연구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진행되었습니다. 그 결과물은 2023년 12월에 647번째 대우학술총서로 발간되었습니다.


 

저자 소개

장재윤
서강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1963년생으로 서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에서 조직심리학 전공으로 석사와 박사를 마쳤다. 박사과정 수료 후에는 삼성전자에 특채되어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개발 등 여러 과제를 맡았다. 이후 대학으로 전직하여 선문대학교 산업심리학과, 성신여자대학교 심리학과를 거쳐 현재 서강대학교 심리학과 조직심리학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